한국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이 최근 중국으로 귀화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임효준은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태극마크 대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달고 빙판에 설 전망이다.
임효준은 올해나이 25세로 평창올림픽 남자 1500m 금메달, 500m 동메달리스트다. 중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내년 2월 개막하는 베이징대회 쇼트트랙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제41조 2항은 ‘한 국가를 대표하다가 이후 국적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국적을 취득한 선수는 이전 국가의 대표로서 마지막으로 대회에 참가한 뒤 적어도 3년이 경과한 후부터 새로운 국가의 대표로 올림픽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효준은 2018~2019시즌 국제스케이팅연맹(ISU) 쇼트트랙월드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별도의 절차 없이 중국 대표팀으로 올림픽에 뛰는 게 가능한 이유다.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이 중국 귀화를 결정한 소식에 해외 외신도 큰 관심을 보냈다. 미국 NBC스포츠는 7일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이 중국 국적을 얻어 내년 올림픽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임효준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딴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 됐던 일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임효준의 이번 귀화는 성추문으로 태극마크 획득에 난항을 겪고 있는 임효준과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유력 선수를 입도선매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으면서 결정됐다. 임효준은 2019년 6월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 후배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부위를 드러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자격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은 뒤 국가대표는 물론 소속팀도 잃어 실전 경험을 전혀 못 하고 있다.
수치심을 느낀 후배 선수는 성희롱으로 신고했고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진상조사 끝에 임효준에게 1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임효준은 재심을 요청했지만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결국 임효준은 형사 고발로 재판장에도 섰다.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임효준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실관계는 대체적으로 인정했지만 임효준은 추행할 의사가 없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고 항소를 결정했다.
마침내 2020년 11월 임효준은 누명을 벗는 듯 보였다. 2심에서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임효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피해자가 다른 여자 선수에게 시도한 장난과 이에 대한 동료들의 반응과 분리해서 임효준의 행동만 성추행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검찰 측에서 다시 상고를 결정,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의 최종 결정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임효준 소속사는 "재판과 연맹의 징계 기간이 길어지면서 임효준은 평창올림픽 이후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꿈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다"며 귀화 결정에 대해 "아직 한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시기에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어려움과 아쉬움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임효준은 자신이 평소 우상으로 꼽아온 빅토르 안 밑에서 뛰게 됐다. 빅토르 안은 지난해부터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을 지도한 김선태 감독이 중국 대표팀 총감독이다. 쇼트트랙 선수들의 귀화 선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현수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뒤 빅토르 안으로 개명했고 2014 소치대회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앞서 호주의 앤디 정(정현우·24), 미국의 토머스 홍(홍인석·24), 카자흐스탄의 김영아(29) 등도 귀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하필 귀화의 대상이 중국이라는 것도 예민한 부분이다. 최근 '김치공정'이나 '한한령' 'BTS 6.25발언 논란' 등으로 국내에서 반중정서가 점점 높아지고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반적인 귀화도 아니고, 심각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던 사정을 틈타 접근하여 경쟁국가에서 유명 선수를 빼내가는 행위는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임효준을 고발했던 후배 선수를 비난하거나 빙상연맹의 징계가 과한게 아니었냐는 반응도 조금씩 나온다. 하지만 엄연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2차 가해가 될수 있다. 당시 빙상연맹이 임효준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면 그또한 여러 가지 논란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중국 선수가 된 임효준은 대한민국 선수가 아니다. 굳이 그를 더 이상 동정하거나 이해해줘야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오히려 쇼트트랙을 비롯한 한국 빙상계 전체가 이번 사태를 통하여 한층 더 위기의식을 느끼고 각성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최근 몇 년간 빙상계는 파벌문화, 폭행, 갑질, 따돌림 등 그간의 화려한 외형적 성공에 가려진 수많은 문제점들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임효준만이 아니라 수많은 선수와 지도자, 전-현직 관계자들까지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팬들에게 실망을 남겼다. 이미 날아간 화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제 2의 임효준, 제 3의 빅토르안 같은 사태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않도록 결과와 과정이 모두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포츠로 한국 빙상계가 거듭나야한다.
임효준 선수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규정 탓도 있고 임효춘 선수 물론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유뮤죄를 떠나서 애초에 이런 구설수에 휘말리지 말았어야 한다. 현재 코로나가 언제 종식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직 다음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까지 시간은 있지만 열린 다는 보장도 없다. 암튼 이런 빙상 스타들이 귀하를 한다는 건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다.
그러나 이런 악재를 이겨내고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진짜 빙상강국이다 그리고 올림픽 성적도 중요하지만 요즘 한국 사회에서 연일 터지고 있는 학폭논란과 인성 문제 등 이런 것이 해결되고 선수들이 온전히 훈련에만 집중하는 환경 조성을 하는게 장기적으로 한국 스포츠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제 당장의 외적으로 보이는 성적보다 내적으로 클린해진 한국 스포츠의 모습이 더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