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정규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키움 히어로즈의 손혁(47) 감독이 부임 첫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가을야구 목전에서 물러났다. 키움은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에서 준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능한 3위에 있지만, 손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 부진을 이유로 사퇴를 결정했다.
키움은 8일 “손 감독이 전날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NC 다이노스와 홈경기를 마치고 김치현 단장을 만나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며 “구단은 내부 논의를 거쳐 이날 손 감독의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손 감독은 구단을 통해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나를 선임했던 구단에 감사하고,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 기대가 많았을 팬들에게 죄송하고,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손혁 감독의 이번 자진시퇴에 대해 김치현 키움 단장은 이날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NC 다이노전을 앞두고 손 감독의 사퇴와 관련한 설명을 하려고 취재진을 직접 찾았다. 김 단장에 따르면 손 감독은 전날 고척 NC전에서 패한 뒤 면담을 요청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단장은 지금까지 손 감독에게서 그런 낌새가 보이지 않았기에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 놀랐다면서 수차례 말렸지만, 워낙 의사가 단호했다고 전했다. 손 감독이 자진 사퇴의 이유로 밝힌 것은 성적 부진이다. 하지만 키움은 7일까지 73승 1무 58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성적만 유지한다면 가을 야구 포스트시진 진출이 유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임 첫해를 맞은 감독이 물러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후임이 최소한 수석 코치 내지는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였다면 억지로 퍼즐을 끼워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시즌 중 갑자기 선수단을 이끌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창현 대행 낙점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파격이라는 단어로 포장하기도 어렵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었던 장정석 전 감독과의 재계약을 택하지 않고 선임한 인물이 손혁 감독이다. 손 감독은 지난해 11월 2년 총 6억 원(계약금 2억원·연봉 2억원)에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했다. 평소 팀에 쏟은 열정을 보면, 손혁 감독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팀을 떠나는 행보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손혁 감독의 남은 연봉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혁 감독의 후임으로 알려진 김창현 감독대행은 전력분석팀에서 근무하는 동안 각종 데이터를 선수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선수들과 기존 코칭스태프에게 큰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경기에 바로 접목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김 코치가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스프링캠프가 펼쳐지는 대만 가오슝에서 퀄리티컨트롤 코치로 전격 선임했다”고 밝혔다. 퀄리티컨트롤 코치 선임 이후 김 대행은 손 감독을 보좌하며 전반적인 선수 운용을 돕는 역할을 해왔다.
키움 김치현 단장은 “퀄리티컨트롤 코치는 전력분석팀의 자료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 항상 회의때도 같이 있다. 경기 중에 각 파트 코치들은 경기를 전체적으로 보기 힘들다. 감독, 수석코치, 퀄리티컨트롤 코치 세 명이 경기를 보면서 선수 운용을 전담했다. 손 감독님이 사퇴한 시점에서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하면 수석코치의 역할을 퀄리티컨틀로 코치가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대행을 하면 수석코치가 적극적으로 도와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김 대행 선임 이유를 밝혔다.
한편 1985년생인 김창현 감독대행은 올해나이 35세다. 가동초와 건대부중, 대전고를 거쳐 경희대에서 야구선수로 활약했고 대학 졸업 후 2013년부터 히어로즈 전력분석팀에서 전력분석 업무를 담당하다 올해 초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됐다. 퀄리티컨트롤 코치로 한 시즌을 치르기 전에 전임 감독의 자진 사퇴로 감독 대행의 중책을 맡게 됐다. 과연 손혁 감독의 자진 사퇴가 남은 정규시즌 키움의 성적에 어떤 변화를 줄지 주목해 본다.